티스토리 뷰
목차

저는 자궁선근증으로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습니다. 결혼 전부터 생리 때마다 진통제 없이는 버티질 못했는데, 30대 후반에 결국 한계가 왔습니다. 수술을 앞두고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겁만 잔뜩 주는 글들이 많아서, 직접 겪어본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써보려고 합니다.
자궁선근증, 어떤 병이기에 이 지경까지 왔나
결혼하기 전부터 생리통이 심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땐 그냥 제 체질인 줄만 알았어요. 진통제를 먹어도 하루는 꼬박 누워 있어야 했고, 그 고통을 말로 표현하는 건 지금도 불가능합니다. 30대 후반이 되면서 생리통 강도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수준으로 치솟았고, 평소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결국 큰 병원 소견서를 받아 종합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자궁선근증(Adenomyosis)이란 자궁 근육층 안으로 자궁내막 조직이 파고들어 자궁 근육 자체가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질환입니다. 자궁근종처럼 혹이 따로 분리되는 게 아니라 자궁 근육 자체가 병변 조직과 뒤섞여 있어서, 혹만 골라 제거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증상이 심해지면 자궁 전체를 수술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처럼 평소에 혹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정기적으로 산부인과를 다니는 분들이 많을 텐데, 선근증은 특히 생리 과다출혈과 극심한 생리통을 동반하기 때문에 삶의 질 자체가 뚝 떨어집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자궁선근증 환자의 상당수가 일상적인 사회활동에 제한을 경험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대한산부인과학회).
수술 결정 전, 루프를 껴봤더니
처음부터 수술을 택한 건 아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서 먼저 자궁 내 장치, 흔히 루프라 부르는 레보노르게스트렐 방출 자궁내장치(LNG-IUS)를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LNG-IUS란 자궁 안에 삽입해 지속적으로 소량의 황체호르몬을 분비함으로써 자궁내막을 얇게 유지하고 출혈량을 줄이는 장치입니다. 수술 없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근증의 1차 치료 옵션으로 자주 활용됩니다.
기억으로는 4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루프를 낀 이후로 출혈이 무려 4개월 동안 멈추지 않았습니다. 더운 계절이었는데 생리대를 계속 차고 지내다 보니 위생적으로도 문제가 생기고, 몸도 마음도 바닥이었습니다. 결국 4개월 만에 루프를 제거했고, 시간도 돈도 허비한 뒤 수술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저는 이미 이전에 나팔관과 난소 한쪽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혹이 잘 생기는 몸이라 그때도 울며 겨자 먹기로 결정한 것이었는데, 이번엔 자궁까지라고 하니 솔직히 그 충격은 비교가 안 됐습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난소 하나는 보존하는 방향으로 수술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수술 후 달라진 것들, 솔직하게
수술을 마치고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해방감이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던 그 극심한 생리통이 사라졌습니다. 여름 휴가를 잡을 때 생리 날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수영장에 갈 때 혹시 그날이 겹치면 어쩌나 계산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리 주기를 늦추려고 피임약을 미리 먹던 일도 없어졌고, 그 모든 게 사라지고 나니 오히려 삶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걱정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자궁을 적출하면 부부 관계가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는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오해에 가까웠습니다. 자궁을 제거해도 질 길이는 원래 상태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수술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궁암처럼 질 자체를 같이 수술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적인 부부 생활에 큰 영향이 없습니다. 냉이나 분비물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질염도 여전히 생기더라고요.
수술 후 달라진 점과 주의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극심한 생리통과 과다출혈에서 완전히 벗어납니다.
- 복부 전신마취 수술 후 특성상 배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느낌이 꽤 오래 지속됩니다.
- 자궁에서 난소로 공급되는 혈관이 차단되어 난소 기능이 약 절반 정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 이로 인해 자연 폐경 시기보다 수년 일찍 폐경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 갱년기 증상이 일찍 나타날 경우 여성호르몬 보충요법(HRT)으로 대응이 가능합니다.
갱년기 증상이 빨리 온다는 건 사실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니라고 하셨지만,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갱년기 증상은 좀 일찍 오기는 하더라고요. 여성호르몬 보충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이란 폐경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에스트로겐을 외부에서 보충해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인지 기능 저하 등 폐경 관련 합병증을 예방하는 치료를 말합니다. 자궁이 없는 경우에는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를 사용할 수 있어서, 자궁이 있는 분들처럼 황체호르몬을 함께 써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황체호르몬 병용이 유방암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 점에서는 오히려 선택 가능한 제제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폐경과 함께 오는 골다공증(Osteoporosis)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골다공증이란 뼈의 밀도가 낮아져 가벼운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하기 쉬운 상태를 말합니다. 에스트로겐 감소가 뼈 손실을 가속화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출처: 대한골대사학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신체 변화에 당황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제 생각엔 결국 마인드가 절반입니다. 잘 먹고, 운동하고, 마음 편하게 지내다 보면 그 극심한 통증 속에 매달 살아가는 것보다 훨씬 나은 하루하루가 이어진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천천히 새 몸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면 생각보다 괜찮습니다.
자궁이 있든 없든, 지금 고통 속에 계신 분이라면 두려움 때문에 병원을 미루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수술을 계속 미루다가 자궁 상태가 더 나빠져서 결국 더 큰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눠보시고, 본인에게 맞는 치료 방향을 함께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