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열펌은 말랐을 때 컬이 더 예쁘고, 일반펌은 젖었을 때 컬이 가장 살아있습니다. 30년 넘게 헤어 일을 하면서 이 차이를 설명하지 못해 손님과 실랑이했던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떤 펌을 선택하느냐는 단순히 가격 문제가 아니라 본인 모발 길이와 생활 습관까지 따져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일반펌과 열펌, 습식과 건식의 차이
제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한 1990년대 초에는 롯드(Rod)로 와인딩하는 일반펌밖에 없었습니다. 롯드란 머리카락을 감아 컬의 형태를 잡아주는 원통형 도구를 말하는데, 이 굵기 하나로 컬의 굵기가 전부 결정됐습니다. 가는 롯드를 쓰면 잘잘한 웨이브, 굵은 롯드를 쓰면 자연스러운 큰 컬이 나왔습니다.
일반펌은 습식 펌(Wet Perm)입니다. 여기서 습식 펌이란 약제를 도포한 뒤 머리카락이 완전히 젖은 상태 그대로 시간을 두고 컬을 형성한 다음 중화제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이 방식이 '젖은 상태'를 기억한다는 점입니다. 펌하고 나서 머리를 감아 젖으면 컬이 탄력 있게 살아나지만, 드라이를 하면 할수록 컬이 늘어지고 부스스해지는 경험, 남성분들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 겪어보셨을 겁니다. 그게 바로 습식 펌의 특성입니다.
단발 길이까지는 일반펌으로도 원하는 컬을 충분히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수없이 시술해봤는데, 어깨 위 길이에서는 굵은 롯드만 잘 선택해도 자연스러운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롱헤어였습니다. 머리카락이 길어질수록 롯드도 길어져야 했고, 심지어 꼬깔콘 모양의 이형 롯드까지 개발됐지만 긴 머리카락의 컬은 끝내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그 한계를 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열펌입니다.
열펌은 건식 펌(Dry Perm)입니다. 건식 펌이란 약제를 한 번 도포해 머리카락의 결합을 끊어준 뒤 완전히 헹궈내고, 약제가 없는 상태에서 열 기구로 수분을 날려 100% 건조된 상태에서 컬을 형성하고 중화제로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마른 상태를 기억하기 때문에 드라이 후에도 컬이 탄력 있게 살아있고 윤기도 훨씬 좋습니다.
현재 열펌의 종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직펌(아이롱펌): 디자이너가 아이롱 기구를 직접 손으로 조작해 뿌리 볼륨과 컬 형태를 자유롭게 만드는 방식. 가장 기술 난도가 높습니다.
- 디지털펌: 열선이 내장된 플라스틱 롯드를 기계에 연결해 일정한 온도로 열을 가하는 방식. 중단발까지 적합하며 롱헤어에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 세팅펌: 가장 큰 롯드에 보자기 형태의 커버를 씌워 열을 가하는 방식. 롱헤어에 가장 적합합니다.
손상도 역시 이 순서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직펌이 가장 기술 변수가 크고, 디지털펌과 세팅펌 순으로 관리가 비교적 용이합니다. 미용 시술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발 손상은 단백질 구조 변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됩니다(출처: 대한피부과학회).
아이롱펌, 왜 전문샵이 따로 있을까
아이롱펌(Iron Perm)은 열펌 중에서도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여기서 아이롱펌이란 고온의 아이롱 기구를 디자이너가 직접 손으로 조작해 뿌리부터 모발 끝까지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 시술을 말합니다. 짧은 단발부터 아주 긴 머리까지 모든 길이에 적용 가능하고, 뿌리 볼륨 교정도 가능하며, 곱슬기가 심한 분들에게 매직 효과까지 줄 수 있습니다.
저도 샵을 운영할 때 아이롱펌을 했습니다만, 솔직히 하면서도 어려웠습니다. 일반펌이나 디지털펌은 롯드를 감아놓으면 기계나 약제가 나머지를 담당하지만, 아이롱펌은 처음부터 끝까지 디자이너의 손 감각에 달려 있습니다. 열 온도를 잘못 맞추거나 모발 상태 체크를 제대로 못 하면 머리카락이 심하게 손상되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그래서 아이롱펌 전문샵이 따로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고단위 기술이 요구되는 만큼 아무 곳에서나 받는 것은 정말 신중해야 합니다.
남성분들이 열펌을 꺼렸던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열펌은 드라이 시 모발을 돌려가며 말려줘야 컬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모발을 돌려서 말리는 행위 자체가 건식 펌이 기억하는 컬 형태에 가깝게 복원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머리가 짧으면 돌려 말리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그냥 털어서 말리면 컬 복원력이 여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은 남성분들도 머리를 많이 기르시면서 이 상황이 달라지고 있고, 실제로 아이롱펌을 찾는 남성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모발 건강 측면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열펌은 말렸을 때 컬이 더 자연스럽고 윤기가 나는 반면, 그만큼 모발이 건조해집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열펌 후 홈케어를 소홀히 한 손님들은 컬이 예쁘게 나와도 2~3개월이 지나면 모발이 거칠어져 오히려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발의 수분 함량과 탄력성은 펌 지속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열펌 후에는 수분 공급 위주의 트리트먼트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모발 손상 관련 케어 성분의 효과에 대한 근거는 이미 다수 검증되어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일반펌이 가격 대비 효율이 높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시술 시간도 짧고 단가도 낮습니다. 다만 어깨를 넘어가는 모발이라면 일반펌으로 원하는 컬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제 경험상 내린 결론입니다.
결국 펌 선택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단발이라면 일반펌으로 충분하고, 어깨를 넘는 모발이라면 열펌, 그중에서도 롱헤어는 세팅펌이 가장 안정적입니다. 아이롱펌은 정말 믿을 수 있는 전문 디자이너가 있을 때만 선택하시길 권합니다. 시술 실력 차이가 결과물에 너무 크게 반영되는 영역이라,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했다가 모발 손상만 남는 경우를 제가 직접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내 머리카락 길이와 관리 습관을 먼저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