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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가 노래를 부른다는 건 알았지만, 혼자 부르다가 사람 눈치를 보며 파트를 넘겨준다는 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도 퀘이커 앵무새를 두 마리 키우면서 말도 가르쳐보고 노래도 가르쳐봤는데, 이 정도 수준은 처음 봤습니다. 단순히 흉내를 내는 것과 교감을 하며 주고받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앵무새의 사회화와 듀엣 본능
앵무새는 야생에서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군집성 조류입니다. 여기서 군집성이란 혼자서는 생존하기 어렵고, 무리 안에서 소통하며 정서적 안정을 찾는 습성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혼자 남겨진 앵무새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제가 처음 퀘이커를 데려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외식 다녀오고 집에 들어오면 밥도 물도 안 건드리고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더라고요. 그 눈빛이 너무 안쓰러워서 루티노 퀘이커 혼자였던 녀석에게 나중에 블루 퀘이커를 짝으로 들여줬습니다. 지금도 그 선택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꼬꾸라는 이름의 앵무새도 비슷한 경우였습니다. 가족이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외로움이 심해졌고, 보호자가 녹음해 둔 노래를 들으며 혼자 흥얼거리기 시작한 것이 듀엣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사회적 결합(social bonding), 즉 함께 소리를 주고받으며 유대를 확인하려는 본능이 그 행동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개체차이, 말을 잘하는 새와 못하는 새는 따로 있다
일반적으로 앵무새는 다 말을 잘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저희 루티노 퀘이커는 인사도 척척 하고, 노래를 가르치면 꽤 빠르게 따라 했습니다. 그런데 짝으로 들여온 블루 퀘이커는 아무리 반복해도 말을 거의 안 합니다. 같은 종, 같은 환경, 같은 보호자인데 결과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런 차이는 조류 행동학에서 말하는 발성 모방 능력(vocal mimicry)의 개체 편차로 설명됩니다. 발성 모방 능력이란 다른 존재의 소리를 인식하고 자신의 발성기관으로 재현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 능력은 같은 종 안에서도 개체마다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사람도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따로 있듯이, 앵무새도 마찬가지입니다.
먹성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루티노는 편식이 심해서 싫은 건 절대 안 먹고, 블루는 웬만한 건 다 먹어치웁니다. 같은 종이라도 성격과 습관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직접 키워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말을 못 한다고 덜 똑똑하거나 덜 교감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걸, 두 녀석을 함께 보면서 배웠습니다.
앵무새의 발성 발달에는 어릴 때의 환경 자극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조류의 발성 학습은 생후 초기 민감기(sensitive period)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민감기란 특정 자극에 대한 학습 효율이 극대화되는 시기로, 이 시기에 얼마나 다양한 소리 자극을 받느냐가 이후 발성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국립생태원).
반려조 입양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앵무새를 키우기 전에는 새는 강아지보다 훨씬 쉬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책도 필요 없고, 목욕도 물통 하나 채워주면 알아서 들어가서 씻고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키워보니 완전히 다른 종류의 손이 갔습니다.
배변 훈련이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큰 현실입니다. 앵무새는 배변 자제 능력이 없어서 아무 데나 바로 쌉니다. 여기에 환경 깃털 분진(feather dander)이 더해집니다. 환경 깃털 분진이란 깃털이 자라고 빠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 분말로, 새장 주변에 하얗게 쌓이며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청소를 꾸준히 해주지 않으면 집 전체가 금세 영향을 받습니다.
반려조를 입양할 때 현실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하루 중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가 (군집성 조류는 혼자 두는 시간이 길수록 스트레스가 크다)
- 깃털 분진과 배변에 대한 청소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가
- 10년 이상의 장기 반려 계획이 있는가 (퀘이커의 평균 수명은 15~20년 수준이다)
- 가족 중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구성원이 없는가
- 동물병원 중 조류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곳이 근처에 있는가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반려조를 포함한 기타 반려동물 비율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그만큼 충분한 준비 없이 입양했다가 파양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귀엽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데려왔다가, 물건을 물어뜯고 아무 데나 싸고 시끄럽다는 이유로 파양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실제로 봤습니다.
교감은 훈련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에서 나온다
꼬꾸가 보호자 없이는 파트를 넘기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빠가 노래를 받아주지 않자 그냥 다른 데로 가버리고, 정작 보호자 앞에서는 눈치껏 소절을 나눠 부릅니다. 이걸 단순한 훈련 결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조류 행동 연구에서는 이를 상호 발성 행동(antiphonal calling)이라고 부릅니다. 상호 발성 행동이란 두 개체가 서로의 소리에 반응하며 교대로 발성하는 행동으로, 무리 안에서 유대를 강화하는 기능을 합니다. 꼬꾸가 사람과 이 행동을 한다는 건 보호자를 자신의 무리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키워봐서 알지만, 이런 교감은 억지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유식을 4시간마다 주사기로 먹여가며 아기 때부터 키운 첫 번째 퀘이커가 저를 졸졸 따라다녔던 것도, 루티노와 노래를 주고받게 된 것도 전부 쌓인 시간의 결과였습니다. 녀석이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며 이유식을 받아먹던 그 아기 짓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반려조와의 교감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매일 함께하는 시간, 반응해 주는 습관, 외로울 때 옆에 있어주는 것, 그것이 전부입니다.
반려조를 키운다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닙니다. 귀여운 모습에 반해 데려오는 것과, 10년 넘게 함께할 동반자로 맞이하는 것은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청소하고, 밥 챙기고, 외로울까봐 곁에 있어주는 그 일상이 노동처럼 느껴지는 순간 관계는 무너집니다. 입양을 고민하고 있다면 귀여운 영상보다 먼저 그 현실을 한 번 더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반려동물,반려조는 사랑입니다.
참고: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1247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