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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펌이나 염색을 받고 나서 머리카락이 망가졌다며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저도 30년 가까이 미용 일을 하면서 딱 한 번 직접 겪었는데, 그때의 당혹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법원은 어떤 기준으로 미용사의 책임을 판단하는지,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밤 10시 넘어 끝난 재펌, 그리고 날아온 소장
14년 전 제가 미용실을 운영할 때 일입니다. 저녁 6시 30분에 들어온 손님이 디자이너와 한참 상담을 하더니 펌 시술에 들어갔고, 마무리가 밤 9시 30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담당 디자이너가 쉬는 날에 그 손님이 다시 찾아와서는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든다며 재시술을 요구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런 상황이 가장 난감합니다.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펌을 하면 모발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거든요. 저는 최대한 트리트먼트(영양 케어 시술)를 충분히 넣겠다고 설명하고 원하는 컬 형태까지 다시 상담한 뒤 시술에 들어갔습니다. 트리트먼트란 손상된 모발에 단백질과 수분을 보충해 큐티클(모발 표면의 비늘 형태 보호층)을 안정시키는 시술을 말합니다. 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끝났고, 시술비도 못 받은 채로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전화가 왔습니다. 머리가 손상됐고 원하는 컬이 안 나왔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손해배상을 거절하자 진짜로 소장이 날아왔고, 살면서 처음으로 법원을 가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클리닉 비용 5만 원 선에서 마무리했고, 소송 비용은 그 손님이 부담했습니다. 당시 제가 재시술 전 모발 상태와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손님 본인도 양해하고 진행한 정황이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미용사의 책임을 판단하는 기준
비슷한 사건이 법원에서 어떻게 판단되는지 살펴보면, 쟁점은 결국 하나입니다. 미용사가 주의의무(注意義務)를 다했느냐는 것입니다. 주의의무란 직업적 전문가가 시술 과정에서 마땅히 갖춰야 할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의무를 뜻하며,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입니다. 불법행위란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로, 이것이 인정돼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합니다.
실제 법원 판결에서 미용사의 책임이 부정된 사례를 보면,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 고객의 모발이 시술 전부터 잦은 염색으로 이미 손상된 상태였던 점
- 미용사가 시술 전 모발 악화 가능성과 염색 색상 변화 가능성을 사전에 고지(告知)한 점
- 고객이 시술 이틀 전 다른 미용실에서 염색을 받았다는 사실을 미용사에게 알리지 않은 점
- 제출된 손상 사진이 시술 직후가 아닌 수개월 후 촬영된 것이어서 인과관계 입증이 불충분했던 점
여기서 고지(告知)란 시술 전에 위험성이나 예상 결과를 손님에게 미리 충분히 알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여부가 미용 시술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이 됩니다. 국내 소비자 분쟁 조정 기준을 보면 미용 서비스 관련 피해 보상은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며, 사업자의 설명 의무 이행 여부가 핵심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많은 미용사들이 상담 내용을 말로만 전달하고 끝내는데, 분쟁이 생기면 그 말을 입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도 그때는 구두로만 설명했고, 다행히 정황이 인정됐지만 지금 같으면 반드시 메모나 기록을 남겨두겠습니다.이런 분쟁이 많아서 고객카드라는 것도 생겨서 세세하게 기록할수있게 정부에서 의무로 만들어졌고 그후에는 컴퓨터에서 회원관리 프로그램도 나와서 세세하게 기록을 할수있게 되었습니다
손님도 본인 모발 상태를 알고 와야 합니다
30년을 미용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건, 시술 실패의 절반은 사전 정보 부족에서 온다는 겁니다. 손님이 자신의 모발 이력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아무리 숙련된 미용사도 최적의 시술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오버 프로세싱(over processing)입니다. 오버 프로세싱이란 이미 손상된 모발에 화학 처리를 과도하게 반복해 모발의 단백질 결합 구조가 파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한 번 손상된 모발의 케라틴(모발의 주성분이 되는 단백질)은 되돌리기가 매우 어렵고, 시술 직후에는 괜찮아 보여도 며칠 지나면서 끊어짐이나 탈모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잡지를 매달 서점에서 5권씩 직접 사다가 스타일 파일을 만들어 손님께 보여드렸습니다. 의사소통이 그만큼 어렵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레퍼런스 사진을 들고 오시니 훨씬 편해진 건 사실입니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디자인을 원하시는 경우도 그만큼 늘었습니다.
국내 미용업 종사자는 약 4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며, 서비스 품질과 소비자 권익 보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업계 전반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미용사도 신의 손이 아닙니다. 손님의 모발 상태, 최근 시술 이력, 원하는 스타일의 현실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고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 결국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이 글에서 소개한 판결 내용과 제 경험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과 경험 공유이며, 전문적인 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분쟁 상황에서는 반드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분쟁이 생기면 양쪽 다 소모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시술 전 충분한 상담과 솔직한 모발 이력 공유, 그리고 미용사의 꼼꼼한 사전 고지가 있다면 소송까지 갈 일은 훨씬 줄어들 겁니다. 미용실에 가시기 전에, 최근에 받은 시술 내역을 한 번 정리해 보시고 미용사와 상담해서 원하는 스타일을 시술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 https://lfind.kr/cases/%EB%B6%80%EC%82%B0%EC%A7%80%EB%B0%A9%EB%B2%95%EC%9B%90/2021%EB%82%9867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