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솔직히 처음엔 저도 반신반의했습니다. 로봇이 치킨을 튀긴다는 말에 "그게 말이 되냐"는 생각이 먼저 들었거든요. 그런데 2년 전, 남편과 함께 치킨집 창업을 결심하면서 그 선택이 현실이 됐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장사였고, 하루에 수십 마리를 튀기는 일이 몸으로 감당이 될지 자신이 없었습니다. 나이도 있고 뼈마디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로봇 도입은 그냥 선택이 아니라 거의 필수에 가까운 결정이었습니다.
로봇 튀김기 도입, 초기비용은 어떻게 봐야 할까
로봇 치킨, 고피자처럼 자동화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들이 국내에도 꽤 있습니다. 공통점은 푸드테크(Food Tech)를 핵심으로 내세운다는 겁니다. 푸드테크란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개념으로, 조리·주문·서빙 등 외식업 전반에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키오스크 주문, 컨베이어 서빙, 로봇 튀김기가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저도 처음엔 이 자동화 시스템이 얼마나 편할지에만 집중했습니다. 실제로 도입해 보니 장점은 분명했습니다.
- 직원 없이 아내 혼자 주방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인건비 절감 효과가 컸습니다.
- 로봇이 튀기는 동안 포장이나 홀 관리 등 다른 업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 튀김 시간과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제품 균일도(Product Consistency), 즉 매번 동일한 품질의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초기비용이 문제였습니다. 로봇 장비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한 번에 목돈을 내기 부담스러워 렌탈 방식을 선택하는 점주들도 많습니다. 렌탈이란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 매달 일정 금액을 내는 방식으로, 초기 부담은 줄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총비용이 구매보다 커질 수 있습니다. 저도 다른 지출을 줄여 가며 가까스로 장비를 선택했는데, 이 결정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실제 시장 데이터를 보면 상황이 더 분명해집니다. 로봇 치킨의 경우 2023년 기준 가맹점 월평균 매출이 약 2,950만 원(매장 평수 34.6평)이었고, 고피자는 약 2,307만 원(약 15평)이었습니다. 자동화를 내세웠음에도 매출이 폭발적이지 않다는 점, 그리고 2023년 한 해에만 고피자에서 29개 매장이 폐점했다는 사실은 "자동화=수익 보장"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국내 외식업 자영업자의 폐업률이 매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 숫자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AS비용이 진짜 복병이었습니다
자동화 장비가 잘 돌아가면 정말 편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함정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A/S 비용입니다.
장비를 가동한 지 1년쯤 됐을 때, 로봇 튀김기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연히 수리 업체에 연락했더니, 출장비가 제가 지금껏 살면서 본 적 없는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더 황당했던 건, 장비를 제조한 회사와 설치를 담당한 회사가 따로였다는 겁니다. 이걸 고장 나서야 알았습니다. 결국 두 업체 모두 출장비를 청구했고, 수리도 현장에서 바로 되지 않았습니다.원인을 못찿아 공장으로 가야했으니까요.
저희는 결국 장비를 직접 대전까지 들고 갔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 출장비가 발생하는 구조였으니까요. 설치 담당 업체도 "기사가 왔다 갔으니 출장비는 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두 군데에 내야 하는 금액을 합산하니, 그냥 속이 쓰렸습니다. 나중에 협의해서 많이 낮추긴 했지만, 그 2주 동안 매장 운영이 사실상 반쪽짜리였다는 것, 그 스트레스는 돈으로 환산이 안 됩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다운타임(Downtime)입니다. 다운타임이란 장비나 시스템이 고장·점검 등의 이유로 정상 가동되지 않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외식업에서 다운타임은 곧 매출 손실로 직결됩니다. 저는 2주를 경험해 봤는데, 그게 얼마나 뼈아픈 일인지는 직접 겪어봐야 압니다.
로봇 도입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아직은 검증이 덜 됐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장비 자체보다 A/S 구조가 창업자에게는 훨씬 더 중요한 변수입니다. 제조사와 설치사가 분리되어 있다면, 계약 전에 A/S 주체와 출장비 기준을 반드시 서면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걸 모르고 시작하면 저처럼 됩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힌트가 있습니다. 스시로와 하마스시 같은 브랜드는 로봇 서빙 시스템(자동화 컨베이어 및 서빙 로봇)을 도입하면서도 조리는 여전히 사람이 담당합니다. 스시로가 약 600개 매장, 하마스시가 약 500개 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배경에는 기술이 사람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구조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국내에서도 프랜차이즈 자동화 장비 도입 시 A/S 체계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2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로봇을 선택한 것 자체는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판단은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A/S 비용과 다운타임 리스크는 창업 전에 누군가 확실히 알려줬으면 좋았을 내용입니다. 로봇이 편리한 건 사실이지만, 고장 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까지 계획에 넣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맞게 됩니다. 창업을 고민 중인 예비창업자분들이라면, 장비 성능 못지않게 A/S 계약 조건과 출장비 구조를 반드시 먼저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결국 그 도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장사의 성패를 가릅니다.꼭꼭 명심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