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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그때까지도 대장암이 우리 가족 이야기가 될 줄 몰랐습니다. 시어머니가 처음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았을 때, 그리고 5년 후 완치 판정을 받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저는 그게 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재발이라는 말이 우리 가족에게 다시 찾아왔고, 그 결말은 너무 빨랐습니다.
대장암 3기, 그리고 완치까지의 과정
시어머니는 결혼 초부터 저와 함께 사셨습니다. 삼겹살 식당을 오래 하셨던 분이라, 우리 집 밥상에는 일주일에 4~5일은 고기가 올라왔습니다. 명절이면 고기 종류만 네 가지는 됐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그 식단을 함께한 사람으로서, 그게 나중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지금도 씁쓸하게 생각합니다.
처음 이상이 발견된 건 건강검진에서였습니다. 20여 년 전만 해도 대장 정밀 검사를 받는 분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검진에서 이상 소견이 나와 큰 병원으로 가게 됐습니다. 검사 결과는 대장암 3기 초였습니다. 가족 모두 너무 큰 충격에 빠졌고,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수술은 장을 3분의 2 정도 절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수술 방식으로는 복강경을 이용해 복부에 트로카(trocar)를 삽입하는 방법이 사용됩니다. 여기서 트로카란 복벽에 기구를 넣기 위한 통로 역할을 하는 관으로, 개복 없이 최소한의 절개만으로 수술이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병실로 올라오셔서 마취가 깨자마자 "아프다"고 우시던 시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날 가족 모두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시는 날이면 시어머니는 팬티 한 장을 꼭 챙기셨습니다. 항암제를 맞으면 괄약근 조절이 안 된다고 하셨는데, 그 준비성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동시에 "잘 먹어야 항암을 이겨낼 수 있다"며 매일 보양식을 찾아 드셨습니다. 결국 7회의 항암치료를 모두 마치셨고, 5년 후 완치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대장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0기부터 4기로 나뉩니다. 암이 대장의 가장 안쪽 조직인 점막에만 국한된 경우를 0기로 보고, 근육층을 넘어 주변 조직을 침범하면 2기, 림프절 전이가 확인되면 3기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간, 폐, 복막 등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distant metastasis)가 일어나면 종양의 크기와 무관하게 4기로 분류됩니다. 원격 전이란 암세포가 혈관이나 림프관을 타고 원래 발생 부위와 멀리 떨어진 장기까지 퍼진 상태를 말합니다.
대장암의 주요 전이 경로와 전이 장기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혈행성 전이: 혈관을 통해 암세포가 퍼지는 방식으로, 결장암과 직장암은 주로 간으로 전이됩니다. 대장암 환자의 약 25%가 간 전이를 동반합니다.
- 폐 전이: 특히 직장암의 경우 폐 전이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복막 전이: 종양이 장벽을 뚫고 나와 암세포가 복막 전체로 퍼지는 복막 파종(peritoneal dissemination) 형태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45세 이상이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고하고 있으며, 이상이 없으면 5년마다 받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다면 그보다 10년 일찍 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재발, 그리고 놓쳐버린 신호들
완치 판정 이후 우리 가족은 너무나 안일했습니다. 5년 동안 금지했던 구운 고기도 가끔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올라왔고, 식단 관리는 흐지부지됐습니다. 제가 돌이켜보면 그게 가장 큰 실수였습니다.
어느 날부터 시어머니가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동네 병원 두 군데를 가서 피검사를 받았는데 이상 없다는 말과 소화제만 처방받고 돌아오셨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변이 마렵긴 한데 화장실에 가도 안 나온다고 하셨고, 며칠 뒤에는 밥도 잘 못 드시고 잠만 주무시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맞벌이 부부여서 아침저녁에만 얼굴을 봤기 때문에, 그 변화를 처음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게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갑자기 생긴 배변 습관의 변화는 대장암의 전조 증상 중 하나입니다. 갑작스러운 변비나 설사, 변이 가늘어지거나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느껴지는 경우, 혈변이나 점액변이 나오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이런 증상들이 치질이나 단순 소화 불량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특히 오른쪽 결장에 생긴 암은 출혈로 인한 빈혈(anemia) 증상으로 먼저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빈혈이란 혈액 내 적혈구나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진 상태로, 피로감과 어지러움을 유발하며 대장암의 간접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혈변 환자의 90%는 치질 같은 양성 질환이 원인이지만, 4%는 대장암이나 진행성 선종으로 진단된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대한대장항문학회).
결국 옆구리가 아프다며 못 일어나시던 날 응급실을 찾았고, 재발과 함께 이미 전이가 많이 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는 3주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솔직히 저는 지금도 동네 병원에서 왜 피검사만 하고 이상이 없다고 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건강검진도 2년마다 꼬박꼬박 받으셨는데 거기서도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한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증상 없이 진행되는 대장암의 특성 자체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암세포가 선종(adenoma)에서 시작해 점막을 뚫고 자라기까지는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종이란 대장의 점막에 생기는 양성 종양으로, 방치하면 대장암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시어머니처럼 멀쩡하다가 갑자기 발견되어 한 달을 채 살지 못하고 돌아가신 분들이 꽤 있습니다. 구워 먹는 음식, 태워서 먹는 음식이 위험 요인이 된다는 말에 저도 이후로는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그런 식단이 이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쓰고 나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저도 나라에서 권고하는 건강검진을 빠짐없이 받고 있지만, 매번 '혹시 나도 있는데 발견이 안 되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솔직히 사실입니다. 45세 이상이라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더 이상 미루지 마시길 권합니다. 검사 과정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한 해 두 해 미루다 적기를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변비, 혈변, 갑작스러운 배변 습관의 변화가 나타난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대변 볼 때 '이런 증상' 있다면 당장 대장내시경 예약하세요│명의│#EBS건강